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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ion/반려거북

작은 청거북(붉은귀거북)의 때아닌 산란행동

by Dmitri 2010.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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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청거북(붉은귀거북, Red Eared Slider, 이하 청거북) 사육환경은 계절의 구분없이 항상 여름에 준하는 온도를 유지하는 환경입니다.
여름에는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별도의 장치를 가동시키지 않지만 가을, 겨울에는 항상 스팟램프와 히터를 이용하여 대기온도와 수온을 여름에 준하는 온도로 설정하여 운영하고 있죠.

대기온도는 쉴곳에 손을 대보면 약간 따스한 정도의 열이 느껴질 정도이고 수온은 약 24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육환경상의 온도 변화는 미미할 지라도 나름대로 계절의 변화는 감지하는 듯하며, 이러한 이유 때문에 겨울에는 거의 알을 낳지 않습니다.



그런데 요즘 작은 거북이가 산란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매우 불안한듯 쉬지 않고 헤엄을 치거나 어떤 장소를 찾기 위해 돌아다닌다던지, 하여간 어항을 벗어나기 위한 모든 행동 말입니다.

이러한 행동은 저의 과거 경험상 산란을 위한 행동이라고 보아집니다.
단지, 겨울에 이러는 것은 첨이지만요.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뒤에서 쉬지않고 어항 구석구석을 헤메고 다닙니다. 심지어는 어항 밖으로 물이 튈 정도니까요.)

덕분에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던 산란상을 다시 꺼내어 작은 청거북을 넣어 두고 있습니다. 먹이를 줄 때만 어항 속에 잠시 넣어 놓고요.

이러한 행동이 시작된지 벌써 4일째인데 모래에 구덩이만 파고 아직은 알을 낳지는 않았습니다.







작은 청거북의 모래구덩이 만들기 :

좁은 산란상의 여기저기를 찾아다니며 적당한 장소를 찾기 시작합니다.

어색한지 자주 두리번 거리는 군요. 평소에는 그저 먹을 것만을 밝히는 그런 아이였는데 이런 신중한 모습이 저에게 생소해 보입니다. 






어느 정도 괜찮은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나 봅니다. 

뒷발로 조심스럽게 모래를 밀어 구덩이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왼발 오른발 번갈아가며 구덩이를 파는데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모래가 좀 젖어 있어서 그렇습니다. 오랫만에 세척을 했는데 말릴 틈도 없이 사용을 해야해서...)

조금 쉬다가 다시 파기 시작합니다. 
조용히 모래를 파는 소리가 쉬지 않고 들립니다.  살짝 들여다 봤더니 제법 깊이가 있습니다만 서툴기 짝이 없군요.
답답하군요. 제가 파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네요.




몇 일내로 알을 낳겠죠? 
철없어 보이던 작은 청거북의 행동이, 오늘따라 성숙한 어미의 모습으로 보여집니다.




산란상을 마련한 이유 :

저는 암컷만 두마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따라서 알을 낳는다해도 그 알은 무정란이지요. 비록 무정란 일지라도 알을 낳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장소에 대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사육장의 환경은 대부분 알을 낳기에 적당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하염없이 좋은 장소를 찾기위해 애를 씁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적당한 장소를 찾지 못하고 마지못해 알을 낳아버리지요.


자연에서의 환경과 동일하게 사육환경을 갖춰줄 수는 없습니다만, 필요로 하는 대다수의 것들은 우리가 조금만 신경 쓴다면 충분히 마련해줄 수 있습니다.
그로인해 발생하는 심리적인 안정 또한 역시 건강의 한 면이겠지요.

비록 무정란일지라도 알을 낳기에 적당한 장소를 마련해 준다면 그러한 장소를 찾기 위한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켜보신 분들은 아실겁니다. 산란기의 청거북이 어항 밖으로 나가기 위해 몇 일이고 얼마나 발버둥을 치는지..





적절한 산란장소를 찾지 못해 불안해 하던 작은 청거북! 다가올 그 순간을 위해 조용히 모래를 파고 있습니다.






2010-02-18 추가


참으로 청개구리 같은 녀석입니다.
날씨가 추워서 체온이나 높이라고 잠시 어항에 넣어두었더니 알을 낳았더군요.

누가 먹었는지 모르지만 어항 속은 난리가 아닙니다. 알껍질들과 흰자 노른자가 날라다니고 있습니다.
대대적인 정비를 해야겠군요.

전 어항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부담스러운데 여러개 운영하시는 분들은 어떠실지..
존경스럽습니다.

작은 청거북은 다시 산란상에서 모래를 파고 있습니다. 이제껏 보아온 그런 동작이 아니더군요.
두 다리를 쭉 뻗거나 벌리기도 하고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기도 합니다. 매우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입니다.

장소가 문제인지 온도가 문제인지 저로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현재 상태로 보아 조만간 몇 개 더 낳을듯 싶습니다.
(여지껏 한번에 제일 많이 낳은 알의 갯수는 9개 정도였던것 같습니다. 김치 담는 반찬통이 꽉 차더군요.)



2010-02-22 추가

1. 이젠 더이상 알을 낳지 않으려나 봅니다.
먹이반응도 원래대로 돌아왔고 모래도 파지 않습니다. 피곤한 놈이군요. 아직 봄이 될려면 멀었는데 산란을 하다니.

별다른 행동이 없는 이상 다시 산란상에 넣을 일은 없을듯 합니다.

2. 얼마전 측면여과기를 하나 구입하였습니다.
기존의 22W 아트만 측면여과기가 소음이 심해 더이상 운영하기 힘들 정도여서 요번에는 약간 작은 용량의 것으로 구입하였습니다.

해양의 13W 측면여과기가 새로 구입한 제품인데,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사용기를 한번 올리겠습니다.
2단의 필터인데 제가 필요로 하는 용도로는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처음 일주일은 약간의 소음이 있었는데 지금은 조용한 편입니다. 물론 기포를 위한 에어호스가 연결되지 않은 순수한 수중모터의 소음만을 봤을때 말입니다.

3. 너무 오랜시간을 같이 해서 더이상 새로울 것도, 신선한 느낌도 없는 청거북에게 경이로움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저 작은 파충류에게 생명이 있어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무엇인가 행동을 하거나 반응을 보일때가 그렇습니다.

또한 저 몸뚱이 안에 여러 기관이 존재하여 먹이를 먹고 그것들을 분해하여 필요한 영양분을 흡수합니다. 사람에 비하여 그 지능은 낮을지라도 컴퓨터의 CPU에 해당하는 뇌를 가지고 판단을 하거나 행동을 할 수 있죠..

현대의 과학으로 만들지 못하는 경이로운 생명의 신비랄까?


외면의 호화로움이나 다채로움은 (아무리 특이하거나 희귀하다 할지라도) 단지 그때뿐이지만, 그 너머의 생명의 신비랄까? 그런 생명에의 감동을 느낄때면 오랫동안 보아온 청거북이 가끔 생소해 보이기도 합니다.

거북이의 눈에는 제가 어떻게 보일지, 그들에게 저는 어떤 존재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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