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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을 열어보니 문득 눈에 익은 열쇠고리가 보인다.
23년을 햇빛 한번 보지 못한 뉴세피아용 순정 열쇠고리.
이 가죽으로 된 열쇠고리는 1996년 8월말 뉴세피아를 신차 구입하였을때 열쇠 2개가 걸린 채로 시동장치?에 끼워져 있던 것이다.
세피아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데, 오래된 낡은 차에 대한 추억이랄까?
아직도 세피아의 열쇠 중 하나는 그대로 남겨 두었다.
아무리 서랍속에 넣어 두었어도 따로 보관하지 않았으니 작은 스크레치는 당연한 일이겠지.
22년을 뉴세피아와 함께 전국을 누비며 다녔던 기억들이 조금씩 떠오른다.
그 기억들을 이제는 마르샤로 다시 채워야 할텐데...
세피아가 섭섭해 하겠지?
쉽게 마음을 주지는 않지만 일단 마음을 열면 나 혹은 대상, 둘중 하나가 소멸할때까지 관계를 유지한다.
원래 내가 그런 사람이었는지, 아니면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렇게 변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사람이던 자동차던, 일단 작은 끈이라도 이어진다면 좋아함이나 소유욕보다는 의리?로 그 끝을 지켜보고자 한다.
지금의 마르샤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컨디션을 위해 공부를 하는 것도 대상에 대한 예의와 의리라고 생각해 주면 내 마음이 조금은 납득이 될지 모르겠다.
(무생물이라도 인격체로 대하고 싶다. 이는 어릴 적에 본 짱가의 영향일지도.)
그런데 마르샤는 예의가 없는듯...
고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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