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난 사실 레저를 즐기거나 나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거의 실내형 은둔 생활을 더 좋아하는 편이며 유일한 활동은 자전거가 유일한 취미라고 해야하나..?
그런데 나이를 먹어가며 생각이 바뀌기 시작하였는데, 내 나이에 할 수 있는 활동적이면서 쉽게 시도해보지 못한 새로운 분야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많은 것을 보는 듣는 것이라면 더더욱 좋으리라.
적어도 아직까지는 땀 흘리는 것이 두렵지 않으니, 나중에 하고 싶어도 체력과 의욕이 따라주지 못해 할 수 없는 활동을 경험해 보는 것은 나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아무것도 못해봤는데 나이만 먹었구나.. 라고 나중에 후회하고 싶진 않다.
하여간 그러한 활동(레저)들은 매우 많은 종류가 있으나 내심 사소한 일에도 "탐험"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재미를 얻었던 것처럼, 국내의 하천과 바다를 "허클베리 핀"이나 "톰 소여의 모험"처럼..
소설의 주인공처럼 어리진 않지만 탐험과 모험을 해보고 싶었다.
내 안의 동심이 다시 살아나기를......
톰 소여의 모험을 읽었던 어릴적만큼 모험을 하지 않고는 못견딜 그런 흥분됨을 느낄 수는 없지만,
새로운 기대감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현실에 매몰되어 여러가지 나를 짓누르는 압박과 일상에서 벗어나, 소설을 읽었던 어릴때의 마음으로 잠시나마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 그리고 즐거운 상상을 여러날 동안 할 수 있었다는 것은 큰 즐거움이 아닐까.
나도 드디어 배를 타고 탐험을 해보는구나...
보트의 크기, 능파능력(나중에 바다에도 도전할것이니..), 가격, 파손에 대한 수리, 관련 수상레저법, 안전장비 등등
많은 시간을 들여 틈틈히 찾아보고 시행착오를 줄일 공부를 하였다.
비용적인 면에서 무리를 하기 싫어 물놀이용 고무보트 중에서 가장 큰 것을 저렴하게 구입하고 부하에게 구명보트를 구입하게 하였다.
역시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고 흔쾌히 고무보트에 호응하여 나누어서 장비를 구입하기로 하여 서로 비용도 줄이고 새로운 꺼리에 대해 참여도를 높일 수 있었다.
나누어서 뭔가를 준비한다는 것은 일종의 공범의식을 공유하여 빼도박도 못하게 하는데 좋은 방법이다.
나 혼자 준비하였다면 참여하는데 그리 적극적이지 않을 수도 있을테니...
서로간의 일정이나 여러가지 일로 인해서 준비를 한지 몇 개월만에 드디어 고무보트를 섬진강에서 띄우게 되었다.
브라보!
이렇게 내 첫 모험은 시작되었다.
(원래는 한강에서 첫 진수식을 갖고자 하였는데 물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부하의 의견을 수용하여 섬진강에서 시작하였다.
자신의 거주지에서 가까워 심리적으로도 도움이 되고 얕은 곳이 많아 구명조끼가 무안할 정도의 수심에서 보트를 타게 되었다.)
먼저 배를 띄울 적당한 장소를 찾고 고무보트에 바람을 넣을 준비를 하였다.
일부러 가장 큰 3.3m짜리 고무보트를 샀는데 안정적으로 탈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고 별도의 신고가 필요 없는 지역이라는데 그냥 타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 여러가지 두려움이 먼저 들었다.
생전 안하던 일을 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심리상태가 아닐까 한다.
약 20분 걸려서 수동 펌프로 바람을 넣고 드디어 고무보트를 섬진강에 띄웠다.
생각외로 배는 매우 안정적이고 흔들림도 없었는데, 구할 수 있는 최대한의 크기를 구한 것은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단점은 정말 무겁고 재질이 두꺼워 접거나 펴는 것도 힘이 드는 편이다.)
옷이 다 젖을 것을 각오하였는데 가끔 노를 잘못 저을때 말고는 물이 튈 일이 거의 없었고 옷이나 바지 어느 하나 젖지 않았다.
부하가 꼭 모자이크 해달라고 하여 .. 그리 처리하였다.
처음이기도 하고 익숙치 않아서 고무보트가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노를 젓는다는 것이 어렵고 힘이 들었으며 오늘을 위해 매일 같이 운동과 철봉을 하여 손에 굳은 살이 잡혀 있었는데도 물집이 잡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 몇 년동안 경험하였던 것들 중에서 가장 신선하고 흥분되는 일이 아닌가 싶었다.
내 생전 배를 타보기는 처음 이었거든...
신선놀음하는 것처럼 세상일을 잊고 섬진강 썰물에 우리는 떠내려가고 있었다.
섬진강 전체가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고무보트를 띄운 이 지역은 수심이 얕은 곳이 많아 안전하였고 한강과는 다르게 밀물과 썰물이 있었다.
철새들이 하늘에 대열을 맞추어 날아가기도 하고.. 솟아오른 모래둑을 피해 요리조리 익숙치 않은 노를 저어가며 래프팅 아닌 래프팅을 경험하였다.(사실 이런 세월아 내월아 뱃놀이를 래프팅이라고 부르진 않는다. ^^)
고무보트를 탄지 한시간도 안되어 순식간에 물이 빠지기 시작하였는데, 섬진강에 썰물과 밀물이 있다는 것을 그래서 알게 되었다.
하여간 물살이 조금 더 빨라지고 바닥이 얕아져 더 깊은 곳으로 이동하였다.
깊은 곳이라 하여도 성인 허벅지보다 얕은 곳이다.
촬영을 위해 노 젓기를 멈추니 부하의 타박이 심하다.
물이 빠지면서 배가 앞으로 나가질 못한다.
결국 탐험 종료!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즐거웠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기 전에 한번 더 탈 수 있을까?
약간의 아쉬움을 섬진강에 남기고 철수하였는데, 고무보트를 정리하자마자 비가 오기 시작하였다.
사실 난 비 맞으며 보트를 타도 괜찮은데 부하는 비 맞는 것이 싫은듯..
자전거를 탈때도 그렇고 난 비가 온다고 뭔가 중지해야하는 것이 때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어릴적에 어머니께 많이 혼났지.
이렇게 내 섬진강 예비 탐험은 종료 되었으며 체력을 더 쌓고 능숙한 노 젓기가 가능해지면 아마존의 다큐처럼 고무보트를 타고 긴 거리를 이동해 보고 싶다.
언젠가는 바다 또한 동심을 잃지 않은 이와 파도를 넘으며 탐험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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